이직 연봉협상, 숫자를 먼저 말하면 지는 이유 — 카운터오퍼 대응까지
이직 면접에서 희망연봉을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카운터오퍼가 왔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2026년 직무별 인상률 데이터와 함께 정리했습니다.
“희망연봉이 어떻게 되세요?” — 이 질문에 먼저 숫자를 대면 손해입니다
면접 마지막 즈음, 인사담당자가 이 질문을 던지는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집니다. 너무 높게 부르면 떨어질 것 같고, 너무 낮게 부르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고. 그런데 사실 이 질문에서 진짜 중요한 건 숫자 자체가 아니라 누가 먼저 숫자를 말하느냐입니다.
협상 이론에서는 이걸 “앵커링(anchoring)“이라고 부릅니다. 먼저 제시된 숫자가 이후 협상의 기준점이 되어버리는 현상이에요. 회사가 먼저 “저희 예산은 이 정도입니다”라고 말하면, 그 숫자를 기준으로 협상이 시작됩니다. 반대로 내가 먼저 낮은 숫자를 부르면, 회사는 그 숫자에서 깎으려 들지 절대 올려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실전에서는 이렇게 답하는 게 유리합니다.
“현재 연봉과 담당 업무 범위를 고려해서 회사 내부 기준으로 제안해주시면, 그 기준으로 편하게 논의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회사가 “그래도 대략적인 숫자는 있으실 텐데요”라고 다시 물어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땐 무작정 버티기보다 **범위(range)**로 답하는 게 현실적입니다. “현재 연봉 대비 15~20% 정도 인상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같은 식으로요. 범위의 하한선은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최소 금액, 상한선은 조금 과감하게 잡는 게 요령입니다. 회사는 보통 범위의 중간보다 낮은 지점에서 제안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상한선을 낮게 잡으면 결국 손해를 봅니다.
2026년 이직 인상률, 실제로 얼마나 될까
막연히 “많이 불러야지”라고 생각하기보다 실제 데이터를 알고 협상하는 게 훨씬 설득력 있습니다. 2026년 기준으로 보면:
| 구분 | 인상률 |
|---|---|
| 전체 인상자 평균 | 약 7.5% |
| 중위값(동결·삭감 포함 전체) | 약 5% |
| 개발 직군 | 평균 14.9% |
| 영업/제휴·연구직·마케팅 등 | 5~8%대 |
| 업황이 좋은 시기의 이직 | 20% 이상도 흔함 |
여기서 중요한 건 재직 중 연봉협상(=매년 하는 연봉 인상)과 이직 시 연봉협상은 완전히 다른 게임이라는 점입니다. 재직 중 인상률은 회사 내부 인상 재원(HR 예산)에 묶여 있어서 아무리 잘해도 회사 평균 인상률에서 크게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반면 이직은 시장 가격으로 새로 책정되는 거라 협상 여지가 훨씬 큽니다. “이직할 땐 최소 재직 인상률의 2~3배는 불러도 이상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개발 직군의 인상률이 유독 높은 건 우연이 아닙니다. 채용 시장에서 수요가 공급보다 많은 직무일수록 협상력이 커집니다. 반대로 지원자가 많은 직무는 회사가 굳이 높은 조건을 제시할 이유가 없죠. 내 직무가 지금 시장에서 어느 쪽에 가까운지 파악하는 게 협상 전략의 출발점입니다.
카운터오퍼가 왔을 때 — “그럼 우리도 올려줄게”
이직을 준비하는 걸 회사가 알게 되면, 붙잡기 위해 연봉을 올려주겠다는 카운터오퍼를 제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여기서 많이들 실수하는 게, 카운터오퍼를 그냥 “회사가 날 인정해준다”는 신호로만 받아들이는 겁니다.
카운터오퍼를 받았을 때 꼭 확인해야 할 것들:
- 왜 지금까지는 안 올려줬는데 갑자기 올려주는가 — 퇴사 의사를 밝히기 전에는 왜 이 정도 대우를 안 해줬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대부분은 “인력 이탈 방지” 목적이지 나에 대한 재평가가 아닙니다.
- 일하는 환경 자체가 바뀌는가 — 연봉만 오르고 불만이었던 업무, 조직문화, 상사는 그대로인 경우가 많습니다. 연봉 때문에 이직을 고민한 게 아니었다면 카운터오퍼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닙니다.
- 카운터오퍼 수락 후 통계 — HR 업계에서 자주 인용되는 통계로, 카운터오퍼를 받아들인 직원의 상당수가 1년 이내에 결국 퇴사합니다. 회사 입장에서도 한 번 이직을 결심했던 직원은 “언제든 나갈 사람”으로 분류하는 경향이 있어, 이후 승진이나 중요 프로젝트 배정에서 불이익을 받는 경우도 보고됩니다.
결론적으로 카운터오퍼는 “일단 급한 불을 끄자”는 회사의 임시방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직을 결심한 진짜 이유(연봉 외의 것들)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카운터오퍼 때문에 마음이 흔들릴 필요는 없습니다.
최종 오퍼를 받은 다음 — 세전 숫자에 속지 않기
새 회사에서 최종 숫자를 제시하면, 그 숫자가 지금 연봉보다 높다는 사실만으로 안도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세전 연봉이 올라도 비과세 항목 구성이나 4대보험 산정 기준이 달라지면 실제 손에 쥐는 돈은 생각보다 적게 늘어날 수 있습니다. 두 회사의 조건을 제대로 비교하려면 세전 숫자가 아니라 실수령액 기준으로 맞춰보는 게 정확합니다. 연봉 계산기에 두 회사의 예상 연봉을 각각 넣어보면 실제 차액이 얼마인지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직 시점에 따라 실수령액 자체가 예상보다 달라지는 경우도 있는데, 이 부분은 별도로 이직하면 실수령액이 왜 달라질까 글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협상은 결국 “내가 먼저 얼마나 아느냐”의 싸움입니다. 시장 인상률 데이터, 내 직무의 협상력, 카운터오퍼의 함정까지 알고 들어가면, 최소한 손해 보는 협상은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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